당시 대법원과 세추위가 대폭 증원을 하기로 합의한 데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우리 경제가 계속해서 초고속 성장해 2005년경이면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법조인이 1만7천명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그런데 IMF체제 이후 이런 전제가 조만간 충족되리라는 기대는 도저히 할 수 없게 됐다.
법률수요의 창출 없이 과잉공급이 되면 선의의 경쟁 대신 이전투구의 양상을 띠면서 브로커가 더욱 활개치고 저질 법조인이 양산되어 법률서비스가 저하될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변호사 수임료 역시 상승하였으면 하였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 시점에서 적정한 선발인원은 몇명인가. 현재의 법학교육제도와 사법시험제도의 틀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매년 5백명 정도가 타당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방화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고 남북통일시대에 대비하며 단기적으로는 검찰과 법원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졸속 수사와 졸속 재판을 막기 위해 일정수준은 사시정원을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중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