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6시경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
조순형(趙舜衡·국민회의)의원이 ‘헌재의 무소신 늑장 결정’을 질타하며 사형수 손모씨의 헌법소원을 예로 들었다.
90년 4월 사형선고를 받은 손씨는 같은 해 5월 사형제도에 관한 헌법소원을 헌재에 냈다. 그러나 손씨는 그 해 12월 헌재 결정문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헌재는 그로부터 만 4년이 지난 뒤인 94년 12월 사건 종결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인 손씨가 이미 숨졌고 소송을 이어갈 가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의원은 “죽음을 눈 앞에 둔 사형수가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구한 이 절박한 사건을 4년 이상 끈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헌재 관계자는 “사형제도에 관해 법리상 심각하게 다투고 있고 선진국에서도 입법례가 대립되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조의원의 추궁이 더욱 거세졌다. 조의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있는 헌재에서 어떻게 그런 군색한 변명을 할 수 있느냐”고 공박했다.
조의원은 “앞으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결정을 내려 국민의 기본권 옹호에 힘써줄 것을 촉구한다”는 당부로 말을 끝냈다.
이날 헌재 관계자들은 ‘총리서리 위헌심판 사건’ 등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여야의원의 질의에 “정치적 논리나 영향에 관계없이 소신껏 판단했다”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그러나 한 사형수의 한이 맺혔을 사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듯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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