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윤종구/한살배기의 암 투병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15분


“수빈아, 그만 일어나거라. 병원 가야지.”

어미선씨(28·인천 남구 도화2동)는 오늘도 곤한 잠에 빠져있는 둘째딸 수빈이를 애처로운 마음으로 흔들어 깨운다.

잠잘 때만 아픔을 잊는 수빈이를 고통의 일상으로 불러내야 하는 엄마의 눈가엔 이슬이 맺힌다.

갓 돌이 지난 수빈이는 한 달에 6일씩 병원에 입원해 항암제 주사를 맞는다. 벌써 10개월째다.

퇴원 후에는 독한 약기운으로 백혈구가 죽어 약한 균에도 감염되고 열이 나기 일쑤다. 그러면 또 병원에 다니며 백혈구 수치상승 주사와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빈이가 암에 걸린 것을 발견한 것은 백일 무렵인 1월말경. 감기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검사결과 방광 밑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2월말 종양제거 수술을 했으나 종양이 척추신경을 누르고 있어 완전히 제거할 수가 없었다. 이후 주사바늘이 늘 수빈이를 따라다녔다.

또래 아기들이 인형과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수빈이는 하얀 시트 위에 누워 링거와 수혈, 수술에 삶을 의지해왔다.

병원 건물만 봐도 울음을 터뜨리는 수빈이를 보면 엄마는 눈물이 앞선다. 더구나 보증금 3백만원, 월 22만원짜리 월세방에 사는 수빈이 부모에게 한달 치료비 1백50여만원은 너무 큰 부담이다.

엄마는 수빈이의 병상 옆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이고 아빠 한영철씨(32)는 막노동을 하면서도 늘 수빈이 얼굴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다행히 수빈이의 건강은 차츰 나아져 앞으로 1년여 항암치료를 더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담당의사는 말한다.

그러나 이미 빚을 잔뜩 짊어진 수빈이네가 남은 1년을 어떻게 버틸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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