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반포4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앞 광장. 넥타이 차림의 한 사람이 어눌한 말씨로 인사말을 끝낸 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 볼수 있다면…”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곁에서는 형제 듀엣가수 ‘수와 진’이 간간이 화음을 넣어 주었다.
건강식품과 화장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실크리아 이광윤(李玧·39)사장. 이날은 이사장과 ‘수와 진’이 1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기획한 전국순회 콘서트의 첫날이었다. 앞으로 2주간 인천 부산 등 전국 15개 도시를 돌며 하루 5시간씩 공연할 계획이다.
이사장이 ‘수와 진’을 돕기 시작한 것은 97년8월. 여기 저기 손댔던 사업이 이제 제 모습을 갖출 즈음이었다. 어렵게 모은 돈을 좋은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결혼후 8년만인 올 5월 어렵게 얻은 자신의 딸 수민이가 심장병을 앓게 됐다. 수술로 생명은 건졌지만 파리한 수민이의 얼굴을 감싸쥐고 마음졸이던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서 심장병 어린이돕기에 나서기로 하고 ‘수와 진’과 함께 마이크를 잡게 됐다. 대학가요제에까지 참가했을 만큼 쌓아둔 노래실력을 믿고 나선 것이다. “우리애는 수술 시기를 놓치지 않아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1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안타깝게도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요….”
이사장은 쉰 목소리로 노래를 끝낸 뒤 행인들에게 고개숙였다. 쌀쌀한 바람 때문인지 멈춰서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그래도 세사람의 거리공연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됐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