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박정훈/쓸쓸한 「온정의 대가」

  • 입력 1998년 11월 17일 18시 37분


“왜 병원마다 가짜환자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경기 평택시에 사는 홍태우씨(27·회사원)는 4월초 밤에 자신의 차를 몰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대기중이던 홍씨의 승용차를 뒤에서 오던 트럭이 들이받은 것. 취한 상태였던 트럭운전사는 사고를 내고 그대로 달아났다. 다행히 택시운전사의 도움으로 트럭을 뒤쫓아가 운전사를 잡았지만 홍씨는 목 등에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일단 병원에 옮겨졌으나 홍씨는 후유증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권유를 뿌리치고 통원치료를 받기로 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입원까지 할 필요 있나요. 우리가 내지는 않지만 입원비도 꽤 비쌀텐데….”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트럭운전사가 불쌍해보여 사고차에 대한 수리비만 받고 형사합의도 해줬다.

하지만 베푼만큼의 온정이 돌아오리라 생각한 건 무리였을까. 병실에 있을 때만 해도 합의를 해달라며 수차례 찾아왔던 트럭운전사측 보험회사인 L보험사 직원의 발길이 퇴원과 동시에 갑자기 끊어졌다. 보험사로 연락하면 “서류처리가 아직 안됐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병원비를 자신의 돈으로 우선 지불한 홍씨는 계속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담당자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도대체 서류처리하는데 7개월이나 걸린다는 게 말이 됩니까.” 홍씨는 “무성의한 보험사측에도 화가 났지만 사고를 당한 후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자신에게 더욱 화가 치밀었다”고 토로했다.

“병원에서 일찍 퇴원하면 보험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병원에서 꾀병이나 부려보는 건데….”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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