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윤종구/署長들 『퇴근해도 돼요?』

  • 입력 1998년 11월 18일 19시 54분


“정말 집에 가도 되는 겁니까.”

경찰 고위간부와 일선 서장들은 최근 김세옥(金世鈺)경찰청장의 ‘근무를 마치면 퇴근하라’는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지침을 접하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청장은 16일 본청 실국장회의에서 “통신수단과 비상연락체계가 구축돼 있으니 서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4시간 사무실에서 대기하지 말고 자유롭고 소신있게 근무하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간부나 일선 서장들에겐 ‘퇴근’이 없다. 근무시간 후에도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며 24시간 대기하는 실정이다. 집에는 주말 저녁에야 잠시 들러 가족의 얼굴을 보고 일주일분의 옷을 가져오는 게 고작이다.

사건사고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웃분들의 긴급호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선 서장들은 평소 “야간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상황실장이 당직근무를 하는데다 서장 집에 경비전화까지 설치돼 있는데 잠까지 사무실에서 자는 것은 과잉충성”이라며 자신들의 ‘구류(拘留)신세’를 푸념해왔다.

그러나 남들이 모두 퇴근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구도 선뜻 집으로 퇴근하는 용기를 발휘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총수의이번 ‘퇴근지침’에 대해 간부들은 내심 반기면서도 누가 먼저 ‘정상 출퇴근’의 총대를 멜지, 이 지침이 언제까지 지켜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삼(金泳三)정부 초기 최형우(崔炯佑)당시 내무장관의 강력한 지시로 일선 서장들의 출퇴근이 잠시 지켜지긴 했으나 몇 달도 안돼 눈치보기식으로 사무실 대기관행이 슬그머니 되살아나 지금까지 계속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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