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박윤철/도둑못잡는 CCTV

  • 입력 1998년 11월 27일 19시 10분


‘백화점 폐쇄회로(CCTV)는 고객보호용이 아니라 상품보호용.’

지난 일요일 가족과 함께 모처럼만의 백화점 쇼핑에 나선 신모씨(40·서울 강남구 포이동)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L백화점 할인매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경험했다.

청바지 판매코너에서 아이들에게 바지를 골라주던 신씨의 부인은 핸드백 속의 지갑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남편과 함께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미 지갑은 누군가에게 소매치기 당한 뒤였다.

그때 신씨 부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천장에 그들 쪽으로 렌즈가 고정돼 매달려있던 2대의 CCTV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장 안내원에게 도난신고를 한 뒤 안전관리실을 향해 달려간 신씨부부.

하지만 관리실의 직원은 “그 CCTV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어이없어 하는 신씨부부의 앞에 놓여있던 관리실의 CCTV모니터는 매장보다는 상품과 물품 보관소 등만 열심히 비추고 있었다.

직원은 “고객들이 이용하는 곳은 안전사고가 일어날 만한 장소만 모니터한다”고 대답했다.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요구한 신씨에게 직원들은 “신고해도 별 뾰족한 방법은 없을텐데…”라며 전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경찰 역시 신고를 해놓고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 결국 기다리다 지쳐 쇼핑을 포기하고 백화점을 나서는 신씨의 귀에는 ‘손님이 지갑을 분실했으니 습득하면 신고해달라’는 또다른 고객의 피해사례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어떻게 이런 큰 백화점에서 고객을 보호하는 방안도 전혀 마련해놓지 않고 있느냐”고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막연했다는 게 신씨의 하소연이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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