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는 이날 오정은(吳靜恩·46·전청와대행정관) 장석중(張錫重·48·대호차이나 대표)씨 등 총풍사건 3인방과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 등 4명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공판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한씨는 검찰 신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베이징으로 떠나기 하루전인 지난해 12월9일 이후보의 부산 구포 유세장으로 찾아가 이후보 수행비서에게 ‘특단카드 협상 정보보고서’를 건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이 끝난 뒤 이 보고서를 공개했다.이 보고서에는 “12월15일 옥수수박사인 김순권(金順權)박사가 북한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북한 협상카드를 사용하겠다. 그에 대한 예비단계로 북한이 김대중(金大中)후보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과 김후보 측근들이 북한을 방문했던 사실을 북한 중앙방송으로 12월15, 16일 집중 발표하도록 하겠다. 내가 12월10일 베이징에 가서 북한 통일전선부 최고 책임자를 만나 이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제시하고 김후보를 완전히 매장시키고 이후보를 당선시켜야 북한 주민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한씨는 또 베이징을 다녀온 직후인 15일 이후보의 집앞에서 ‘존경하옵는 이후보님께’라는 서신을 이후보의 운전기사를 통해 전달한 사실도 시인했다. 검찰은 이날 이 서신내용도 공개했다.
한씨의 서신에는 “저는 12월10일부터 12일까지 베이징에 잘 다녀왔는데 북한 고위층도 황해도출신인 이후보께서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 고위층을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북한 고위층의 말을 차마 글로 모두 적지 못하는 것을 용서바라며 이후보께서 당선된 후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고 기록돼 있다.
한씨는 그러나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두 보고서는 컴퓨터로 직접 작성한 것이며 수행비서 등이 이후보에게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한씨가 검찰조사에서는 ‘나의 보고서가 이후보에게 전달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씨는 이날 법정에서 지난해 12월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 머물면서 89차례의 국제전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공판이 끝난 뒤 “한씨는 이 가운데 이후보의 동생 이회성(李會晟·53·전에너지경제연구원장)씨에게 2차례, 진로그룹 장진호(張震浩)회장에게 8차례, 청와대 행정관 오정은(吳靜恩)씨에게 12차례, 안기부 직원 강모씨에게 14차례 전화했으며 평양에도 2차례 국제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1월5일 한씨와 장씨를 통해 이들의 명의로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 숙박자 및 통화내용 기록을 보내달라고 요청, 6일 팩스를 통해 통화내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 북한에 무력시위를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