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사를 끝마치고 사용검사승인(준공검사)을 받을 때도 ‘배추잎’으로 통하는 만원권 10장을 ‘급행료’로 구청에 내놓아야 마무리가 수월하다.건축민원을 대행하는 건축사가 구청 건축과 담당직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서류속에 끼워넣기’.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급행료 주고 받기가 이뤄지기도 한다.
창구 직원은 보통 9∼7급 중하위직 공무원.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6∼5급 계장이나 과장에게 돈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상납한다. 매월말과 명절 때 결재서류 속에 30만∼20만원을 넣어 ‘업무보고’를 하는 것. 상관은 창구직원과 건축사들의 공생관계를 지속시켜 주고 상납한 부하에게 인사상 혜택을 베푼다.
1일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힌 중하위직 건축공무원들의 뿌리깊은 부패구조다. 적발된 공무원은 모두 11명. 이중 4명이 구속됐고 6명이 수배됐으며 1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건축사 4명도 불구속기소됐다.서울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인호·金仁鎬)는 이날 95년부터 건축관련 민원을 처리하면서 건당 20만∼5만원, 총 3백6회에 걸쳐 급행료조로 2천75만원을 받은 혐의로 관악구청 건축과 노상일(盧相日·40·7급)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노씨와 같은 혐의로 관악구청 건축과 전현직 9∼7급 공무원 6명을 적발해 3명은 구속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기소했으며 2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노씨 등 부하직원으로부터 1천2백20만∼4백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같은 구청 건축1계장 배동석(裵東碩·50·6급)씨 등 6∼5급 공무원 4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급행료비리는 공무원이 트집을 잡기 쉬운 건축허가신청과 사용검사 승인에 집중됐는데 건축경기가 크게 나빠진 97년 상반기 이후에도 액수가 건당 10만∼5만원으로 낮아졌을 뿐 급행료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검찰은 “수사 착수 이후 서울시내 건축공무원들 상당수가 자취를 감춰 현재 건축허가 업무가 거의 마비상태”라며 “이같은 비리가 고질적으로 만연돼 있는 것으로 판단해 서울시와 행정자치부에 감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