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생들은 이들이 ‘재수없다’며 매교시가 끝난 뒤 쉬는 시간을 이용해 탈의실에 가둔 채 집단구타했다. 방과후 병원에서 전치 2∼5주의 진단을 받은 이들은 다음날인 1일 학교 양호실 신세를 졌다.
이들 중 한명은 전교 10위권에 드는 우수한 학생이었고 또 한명은 부반장을 맡고 있는 우등생. 부모들은 “선배들한테 몇번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이 괘씸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과 학부모를 서글프게 한 것은 학생들의 집단구타가 아니었다. 피해학생인 Y양 어머니는 “딸의 담임선생님이 병원을 방문해 ‘맞을 짓을 했겠지’라며 가해학생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아연실색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학생인 N양의 어머니도 “또 다른 선생님은 아이들이 누워 있는 양호실에 찾아와 복장검사를 하고 ‘꾀병 아니냐’며 학과벌점을 주고 돌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모들의 부탁은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애원으로 이어졌다. 올해 이미 교내폭력으로 남학생 한명이 사망했는데도 학교측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측은 “교내에 폭력서클은 없는 것으로 안다. 교직원회의를 열어 문제학생을 엄중징계하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학교를 나서는 부모들은 “아이들은 선배들의 보복을 두려워 한다. 선생님들에게까지 저런 상처를 받았는데 전학이라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스러워 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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