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미사일 사고를 계기로 대공 방어무기중 상당수가 운용연수를 훨씬 넘긴 ‘고물’이라는 안보상 허점까지 드러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걱정을 안겨준다.
▼ 군기(軍紀)해이 ▼
인천 방공포대에서 미사일 오발사고가 일어났던 4일 군 수뇌부는 밤늦게 상황을 점검하다 퇴근하면서 “이제는 미사일까지 터지냐”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20일 서해안으로 침투한 북한 간첩선을 눈앞에서 놓치고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라 군기강이 풀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던 상태에서 미사일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같은 날 동부전선에서는 사병들이 사격장에서 몰래 주워 보관하던 무반동총 불발탄을 잘못 건드려 3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하루 뒤엔 야간훈련중이던 해병대의 조명탄 파편이 민가에까지 날아 들었다.
지난달 25일 이후 발생한 군 사고는 모두 9건. 군인 10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으며 민간인도 7명이나 부상했다. 수류탄 자폭, 덤프트럭 운전실수, 장갑차 추락…. 69만명의 ‘대식구’가 모여 있는 군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안전사고는 작게 보면 당사자 개개인의 정신자세와 근무태도가 흐트러져 있고 이들을 통제하는 부대 지휘관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고학력에다 다양한 의식세계의 신세대 사병을 억압과 통제라는 고리타분한 지휘방식으로 다스릴 때 발생할 수 있는 당연한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교와 사병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해야 할 하사관들마저 열악한 근무여건을 견디지 못하고 군을 떠나는 현상도 합리적이고 원만한 병영운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새정부의 세계 냉전체제 붕괴 이후의 안보여건도 장병의 대북 주적(主敵)관을 흐트러뜨리고 근무자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분석해보면 최근의 사고들이 작전능력 및 인력 장비운용과 같은 군의 실상을 드러낸 단면일 뿐이라며 걱정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최근 잇단 작전실패와 안전사고는 지휘관과 사병 몇명을 처벌하는 것만으론 절대로 근절되지 않으며 인력 장비운용방법과 작전체계 등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