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유성희/의료계 일부비리로 전체불신 안될말

  • 입력 1998년 12월 7일 19시 12분


최근 며칠 사이 언론에 보도된 사실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마치 의료계 전체가 비리투성이인 것처럼 보인다. 의료기관들이 제약회사와 결탁하여 폭리를 취한다거나 대학병원들이 막대한 흑자를 내고서도 적자라고 엄살을 떤다는 등의 보도는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국민으로 하여금 의료계에 대해 불신을 갖게 한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환자를 대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할 때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새삼스레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은 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론이 적지 않은 듯하다.

물론 이런 풍조가 만연하기까지 의료계가 반성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비리가 마치 전체 의사의 비리인 것처럼 매도되는 현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각종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빚어진 현상까지 마치 의사의 잘못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오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의약품거래문제만 하더라도 의료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개인의원의 경우 제약회사가 대폭적인 할증을 해주거나 리베이트를 줄 정도로 의약품 거래량이 많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마치 의료기관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잘못 인식될 것 같아 걱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보험약가를 청구할 때 의사가 구입한 가격으로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고시한 가격대로 청구하게 되어 있다. 고시가격보다 싸게 구입했거나 비싸게 구입했거나를 막론하고 고시가격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회사에서 판촉수단으로 할증해준 것까지 의료기관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대학병원에서 흑자를 낸다는 주장도 대학병원의 운영실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자료만을 확대해석하거나 오해한 것으로 의료계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IMF체제 이후 수많은 의료기관이 도산하거나 휴폐업(금년에만 10월말 현재 병원급 82개, 의원 1천83개)하고 있다.

일부의 잘못을 침소봉대하거나 잘못 알려진 부분까지 의료계의 책임으로 떠넘겨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의료문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란다.

유성희(대한의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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