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 부대 출신들은 칫솔에서 실탄까지 군수 물품이라면 무엇이든 빼돌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격훈련이 끝난 뒤 발사한 실탄과 탄피 개수가 맞지 않아 탄피를 찾느라 고생한 경험이 있는 한국군 출신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유엔사 산하의 JSA나 카투사 출신에게 ‘군수품 매매’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숨진 김훈중위의 아버지 김척(金拓·55·예비역 육군 중장)씨도 “아들의 유품인 검은색 공책에는 탄약을 훔쳐 팔고 총기를 분실한 부하 소대원들의 각종 비리가 빽빽히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빼돌리기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은 전역 때. JSA보급병 출신인 S씨(27·경기 고양시)는 “전역하는 사병들은 막사에 설치된 선풍기, 컴퓨터 메모리 등 쓸만한 것은 모두 가져가 판다”고 말했다.
이런 매매는 미군의 허술한 장비 관리 때문. 실탄의 탄피도 개수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파운드 단위로 재기 때문에 사격 후 탄피가 많이 모자라도 문제를 삼지 않는다. 또 가져나간 물품은 ‘분실’신고를 내면 그뿐 원인을 규명하는 일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사병들은 죄의식 없이 의정부 동두천 문산 등 미군 부대 근처로 가져가 팔거나 값비싼 물품은 남대문 동대문 황학동 도깨비시장 등까지 가져가 거래한다.
가장 광범위하고 흔하게 거래되는 것은 훈련시 하루에 2개씩 지급되는 비상식량(MRE)과 치약 칫솔 구두약 헤어젤 기초화장품 등이 세트로 들어있는 ‘카투사 키트’.
93년 JSA부대를 전역한 H씨(27·대학원생)는 “군복 군화 야전상의 요대 등 대부분의 군용 물품은 가져나올 때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가져나올 수 있으며 남대문 등 군수품 전문 상점에서 팔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JSA특성상 사격 훈련을 많이 하는데 탄피를 한국군처럼 제대로 수거하지 않기 때문에 사격할 때 일부러 전량을 사격하지 않고 실탄을 남겨 뒀다가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훈·선대인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