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굴은 11월4일 버섯을 따러 산에 갔던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이 땅굴은 깊이 2m의 ㄴ자형(폭 1m)으로 들어가면 한 사람이 몸을 뻗고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 당시 땅굴은 낙엽으로 덮인 채 위장돼 있었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땅굴 안에서 차량번호판과 모래주머니 등 운동기구, 텐트 쌀 라면봉지 부탄가스통(4개) 사파리형 파카 청바지 운동화 등 20여가지의 유류품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신이 이 땅굴의 ‘주인’이었을 것으로 추정케 하는 유류품은 차량 번호판. 이 번호판은 신이 7월16일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서 불심검문하던 경찰과 격투를 벌이고 달아난 지 한달가량 후 경기 평택시의 한 폐차장에서 도난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폐차장의 위치는 신이 지난해 평택시 신장1동 N빌라에서 다방 여종업원 강모씨(22)와 동거할 때 자주 지나던 도로 옆. 경찰은 지난해 12월30일 경찰이 강씨와 동거하던 빌라를 덮쳤을 때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타고 달아나던 신이 호출기를 던지고 간 장소도 이 폐차장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이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서 달아난 후 지리에 익숙한 평택시를 지나 전북으로 도주하던 길에 이 폐차장에서 번호판을 훔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추정에 대해 땅굴 수사를 전담했던 전북경찰청은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한 간부는 “당시 땅굴 주변에 수사요원들을 잠복시키고 헬기 등을 동원해 며칠간 야산 일대를 수색했으나 얻은 게 없었다”면서 “신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고 굴을 흙으로 메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경기 충남등 다른 지방경찰청의 신창원 수사전담요원들은 신이 이 땅굴에서 은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찰관계자는 “발견된 차량번호판, 땅굴 위치가 신의 고향인 전북 김제 근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익산시의 땅굴은 신의 은거지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처음 땅굴이 발견됐을 때 경찰은 무장간첩이 은신하기 위해 파놓은 비트로 보고 기무사 안기부 경찰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심문조에 조사를 의뢰했으나 대공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주〓김광오·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