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그동안 ‘전입신고는 다음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을 글자 그대로 해석했다. 그래서 세입자는 ‘다음날’ 저당권을 설정한 제삼자와 같은 지위에 서게 돼 전세금을 떼이곤 했다.
그러나 세입자의 전입신고 효력은 ‘다음날 0시부터’ 발생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그렇게 해석하면 세입자들은 저당권자에 앞서게 돼 전세금을 무조건 되찾을 수 있게 된다.
서울지법 민사8단독 윤성원(尹成遠)판사는 16일 법에 정한 ‘전입신고 다음날’의 의미를 ‘다음날 0시’로 해석하고 시간적 선후관계까지 따져 전입신고의 효력이 우선한다고 판결함으로써 종전의 실무관행을 깼다.
윤판사는 권상준(權相準·33)씨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국민은행은 법원 결정에 따라 권씨가 세든 집을 경매해 배분받은 1천5백만원을 세입자 권씨에게 돌려주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권씨는 95년 10월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다세대 주택에 5천만원의 전세금을 주고 입주했다. 권씨는 바로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를 받고 10월16일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권씨는 전입신고만 하면 다른 저당권자 등 채권자에 우선해 전세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확정일자’ 제도를 믿고 안심했다.
다음날(17일) 집주인은 국민은행에서 3천6백만원을 대출받으면서 근저당을 설정했다.
권씨가 세든 집은 그 후 집주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바람에 경매에 넘겨졌다. 권씨는 스스로 경매에 응해 9월 3천7백만원에 낙찰받았다.
권씨는 전입신고를 먼저 마쳤으므로 전세금 5천만원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며 경매대금 3천7백만원을 전액 돌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 경매계는 권씨의 전세금채권과 국민은행의 저당권이 ‘같은 순위’에 있으므로 각자의 채권액 비율에 따라 2천2백만원과 1천5백만원씩 나눠 가지라는 결정을 내렸다.
권씨의 전세대금 반환채권은 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라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부터’ 효력(대항력)이 발생하고 은행의 저당권은 민법상 설정 당일 효력이 발생하므로 결과적으로 같은 순위가 된다는 것이었다.
권씨는 이에 따라 일단 국민은행에 1천5백만원을 나눠준 뒤 다시 국민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서울지법에 내 승소했다.
〈이수형·서정보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