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囚衣)를 입은 채 17일 오전 서울지법 형사법정에선 최모씨(39)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판사에게 호소했다. 최씨는 ‘노숙자’. 1월초 강원 홍천에서 상경한 뒤 여의도 순복음교회앞과 영등포일대를 헤매며 지냈다.
그는 10월1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모편의점에서 7천원어치의 빵과 샴페인을 훔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절도혐의로 기소된 최씨는 법정에서 “춥고 배고파 빵을 훔친것이 아니라 감옥에 들어가기 위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 놓았다.
그의 절도행각은 처음이 아니다. 7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빵과 음료수를 1만원어치 훔친 혐의로 기소됐던 것. 10월1일 서울지법은 “배가 고파 이같은 일을 저질렀고 금액이 적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었다. 하지만 최씨는 풀려난 지 보름만에 일부러 물건을 훔쳤다.
“자유를 얻어 사회로 나가봤지만 가족도 친지도 없는 상황에 생계도 막막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감옥에 가기 위해 집행유예 기간인 것을 알았지만 또다시 물건을 훔쳤습니다.”
그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노숙생활은 정말로 지옥같았다”고 했다.
재판장인 양승국(梁承國)판사는 “자숙기간인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른 만큼 실형을 선고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최씨는 마치 무죄라도 받은 것처럼 연방 고개를 꾸벅거렸다.
‘자유’ 대신감옥을 택한 최씨가 법정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방청객들은 “얼마나 노숙생활이 힘들었으면…”하고 혀를 찼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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