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잠수정 격침]육해공군 완벽한 입체작전

  • 입력 1998년 12월 18일 18시 49분


이번 간첩선의 발견과 추적 그리고 격침은 해안초병의 성실한 근무태세와 신속한 보고, 육해공군과 해경의 완벽한 합동작전이 어우러져 이루어낸 개가였다.

17일 밤 전남 여수시 돌산읍 임포리 해안초소. 육군 충장부대 관측병인 김태완(金泰完·21)이병은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열상추적장비(TOD)로 해상을 주시하고 있던 김이병은 밤11시15분경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해안에서 2㎞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선박 1척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선체의 절반 이상이 물속에 잠긴 채 날렵하게 생긴 선박은 첫 눈에도 어선과 달랐다. 5t크기의 이 선박에는 안테나와 해치 2개가 설치돼 있고 4명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간첩선임을 직감한 김이병은 즉시 인터콤을 통해 소초장인 이상훈(李相勳·25)소위에게 괴선박 출현을 보고했다.

15분후 육군과 해군 경비정 2척이 출동해 괴선박이 처음 발견된 방죽포 해안 일대를 수색했으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간첩선이 다시 야간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은 18일 오전 1시40분경. 아군에게 발각됐다는 낌새를 채고 8㎞ 해상에서 공해로 달아나던 중이었다. 육군과 해군 경비정 2척이 전속력으로 뒤쫓았다.

반잠수정은 40∼50노트(시속 74∼92㎞)의 최고속도로 달아났지만 남해상을 촘촘히 경계하고 있는 육군과 해군의 레이더 추적을 피할 수 없었다.

오전 3시20분경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현장으로 출동한 8백t급 초계함 광명함(함장 손민중령)이 오전 4시38분경 간첩선을 포착하고 반잠수정임을 확인했다.

경고사격을 하며 정지명령을 내리자 1분뒤 반잠수정은 갑자기 광명함을 향해 총탄을 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오전 3시35분경 김해비행장을 이륙한 CN235 수송기 3대가 오전4시45분경 반잠수정을 발견하고 아군을 돕기 위해 조명탄 1백75발을 투하해 주위를 대낮처럼 밝혔다.

반잠수정을 즉시 격침시킬 수 있도록 기총과 2.7인치 로켓포로 무장한 F5전투기 1대도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오전 5시35분경 경남 거제도 남방 1백㎞ 해상까지 도망간 반잠수정은 공군의 조명탄으로 위치가 노출되자 도주로를 찾아 물속으로 들어가려는듯 속도를 35노트(시속65㎞)에서 8노트(15㎞)로 낮췄다.

오전 5시48분경 반잠수정에서 다시 기관총이 발사됐고 고속정 왼쪽에 ‘퍽’ ‘퍽’하는 파열음과 함께 7.62㎜총탄이 박혔다.

투항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해군 남원함(함장 이순항중령)은 오전 5시48분경 76㎜함포 40발,40㎜함포 2천여발을 발사했다. 20㎜벌컨포도 불을 뿜었다. 10분만에 40㎜함포 3발이 반잠수정에 명중했다.

오전 6시25분경 물보라와 함께 가라앉기 시작한 반잠수정은 25분 뒤 수면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수심 1백여m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7시간35분에 걸친 완벽하면서도 숨막힌 추격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오전 8시7분경 잠수복 잠수구명의를 입고 수류탄을 몸에 지닌 북한군 시체1구가 인양됐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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