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고은초등학교에 다니는 1천여명의 어린이들은 암선고를 받고 투병중인 1학년 4반 담임 조숙(趙淑·36·여)교사를 돕기 위해 최근 고사리손으로 성금을 모았다.
선생님의 병명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지만 평소 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던 선생님이 두달이 넘도록 학교에 나오지 않자 어린이회를 열어 선생님을 돕기로 한 것.
어린이들은 모금함을 들고 이틀간 교내를 돈 끝에 4백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18일 선생님에게 전달했다.
교내 탈춤반을 지도하면서 어린 학생들과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온 조교사는 동료교사들 사이에서도 평소 헌신적인 교사로 신망이 높았다.
올해 9월 직장암에 걸린 사실을 안 조교사는 요즘 한방병원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가 계속되면서 병세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한달에 5백만원이 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학교 어린이들은 이에 따라 선생님 돕기에 동참해줄 것을 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조교사는 7월에는 지리산에서 갑자기 발생한 수해로 오빠(39)를 잃은데 이어 이번에는 자신이 암으로 투병해야 하는 불행을 맞고 있다. 더구나 조교사는 오빠가 변을 당한 뒤 일흔이 넘은 노부모를 모시고 있어 여러모로 어려운 처지라는 것.
“밝게 자라야 할 아이들을 볼 낯이 없습니다. 하루빨리 완쾌돼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조교사는 그래도 얼굴에 웃음을 잃지않으며 말했다. 02―396―2652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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