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환위기이후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상징적 인물로 지난달과 이달 25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 1면 머릿기사로 소개된 김명연(金明年·39)씨는 수많은 실직가장중 자신이 소개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비록 돈벌이를 못하지만 집사람이 조그만 미장원을 운영하고 아이들은 밝게 자라고 있어 저는 그래도 행복한 편에 속하죠.”
김씨는 서울 용산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올 6월 정리해고로 실직한 김씨는 답답한 나머지 구인정보도 구하고 상담도 받을 겸 실직자 쉼터인 평화의 집을 종종 찾았다.
10월 말경 김씨는 일본 도쿄(東京)에 주재하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동북아 지국장 케빈 설리번(42)의 방문을 받았다. 실직가장을 취재하기위해 한국에 온 설리번기자는 평화의 집에서 김씨를 추천받았다는 것.김씨는 설리번기자의 취재요청을 수락했고 설리번은 일주일 동안 김씨를 따라다니며 그의 생활을 지켜본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24일 해질 무렵 설리번기자는 김씨집을 다시 찾아 성금과 격려편지 및 두 딸 은주(12)와 은혜(9)에게 녹음기를 선물하고 돌아갔다는 것. 두 딸은 설리번기자를 산타클로스처럼 생각한다고 한다.부인 문동희씨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달에 하루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동네에 있는 미혼모들의 휴식터를 방문해 무료로 머리를 만져주는 일을 6년간 계속해왔다는 것. 문씨는 “우리보다 훨씬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도 꿋꿋이 살아가는데요”라며 웃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