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헌진/퇴임 형사반장의 당부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경찰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29일 오전 정년 퇴임한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만년 형사반장 김광섭(金光燮·58·본보 9월28일자 A21면 보도)씨는 32년3개월간 몸담았던 경찰을 떠나며 후배에게 당부한 말이다.

“국민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경찰을 보는 게 사실이지요. 그러나 평생 일하고도 집 한칸 마련하지 못한 청렴한 경찰이 많이 있습니다.” 김씨는 애정으로 경찰을 감싸안을 때 경찰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일할 맛이 나야 사회가 깨끗해집니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따뜻한 관심을 촉구하는 김씨의 가슴에는 정부가 30년 이상 성실하고 청렴하게 근무한 공무원에게 수여하는 근정포장이 달려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선배에게 배웠던 수사기법과 그동안 쌓은 경험을 후배에게 제대로 전수하지 못한 것입니다.” 김씨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수사에 매진하는 수사형사들의 참모습이 점차 사라져간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 내에서 현장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문가를 기르고 그들을 우대해야 경찰 본연의 임무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간인 신분이 된 그는 내년 초 미국으로 ‘자비’ 유학길에 오른다. 시체 2천여구를 감식할 정도로 쌓인 현장경험을 토대로 법의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김씨는 “언제라도 후배들을 도울일이 있으면 발벗고 나서겠다”면서 “한번 경찰은 영원한 경찰”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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