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와 관련된 김선홍(金善弘) 이신행(李信行)리스트, 청구그룹 회장 장수홍(張壽弘)리스트, 경성리스트 등의 소문으로 정치권 인사들은 ‘리스트 유령’에 한여름 내내 시달렸다. 결국 경성리스트에 들어 있던 여야의원 16명의 명단이 공개되고 정부총재가 구속되면서 정치인 사정은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순탄치 못했다. 사정의 칼에 맞서 한나라당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활용했다. 국회를 계속 소집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방패국회’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검찰은 8월25일 이신행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9월3일 구속했다.
9월21일부터 백남치(白南治)의원을 비롯해 8명의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라는 벽에 부닥쳐 무력감을 맛보아야 했다. 김중위(金重緯) 이부영(李富榮)의원은 버티기로 일관하다 검찰에 출두, 조사를 받았다.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도 동원됐다.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전총재대행은 경성측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20여일에 가까운 단식으로 저항, 불구속기소상태다.
검찰의 사정이 야당의원에만 집중돼 ‘표적사정’의 시비가 일자 검찰은 나름대로 여당의원 비리 캐내기에도 주력했다. 특히 호남지역 의원들의 공천헌금 비리가 타깃이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정호선(鄭鎬宣)의원에 대해 2억원의 공천헌금을받은혐의로사전영장이 청구됐을 뿐 나머지는 소문으로 끝나고 말았다.
초가을부터 시작된 검찰의 사정은 추석이후 총풍(銃風)과 세풍(稅風)이 위세를 떨치면서 소강상태를 면치못했다.
검찰은 12월22일 김윤환(金潤煥) 황낙주(黃珞周) 조익현(曺益鉉)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 올해의 사정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