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의식조사]“사회적 성취보다 가족행복 중시”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동아일보와 R&R가 공동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20, 30대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난 조사”라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 나타난 특징과 전문가들의 분석.

▽나와 가족이 최우선〓이들은 건강하고 원만하게 사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었다. 사생활과 여가를 중시한 것도 도드라졌다.

고려대 사학과 김문조(金文朝)교수는 “사회적 성취나 야망보다는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중시하는 ‘소시민적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사회가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풀이.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金聖植)연구위원은 “IMF시대에도 사생활을 중시하고 여가활동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은 뜻밖”이라면서 “개인의 저축과 투자가 줄면 사회적 투자도 감소해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

‘신세대리포터’의 저자인 쌍용그룹의 이의용(李義容)사보편집장은 “연령이 낮을수록 ‘포용력 있는 상사’보다 ‘리더십과 능력 있는 상사’를 원하는 것으로 타나는데 능력있는 상사가 자신과 가족을 지켜주기에 유리하다”고 설명.

▽현실적인 통일 외교관〓전문가들은 많은 응답자가 통일 적기로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아질 때’를 꼽은 것에 대해 이 세대의 실리적인 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

서울대 외교학과 박상섭(朴相燮)교수와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통일정책연구소장은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줄었을 때 통일해야 부작용이 작다”면서 “20, 30대는 이런 의미에서 합리적”이라고 평가.

21세기에 가까이 해야 할 국가로 중국과 일본이 미국보다 많이 나왔고 설문문항에는 없었던 북한이 9%를 넘은 것에 대해 이소장은 “이들의 의식은 세계질서가 이데올로기에서 경제 중심으로 바뀌는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

그는 남성과 대학재학 이상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고 정보도 많아 이데올로기 중심에서 벗어나기 쉽기 때문이라고 풀이.

▽성적(性的)구분 약화〓여성민우회 이경숙(李景淑)회장은 “60%이상이 아들 딸 구별없이 낳겠다고 대답한 것은 성적 구분이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겼다.

그러나 쌍용사보팀의 이편집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딸만 낳고도 괜찮은가는 별개”라며 신중한 입장.

아직도 ‘가족문화’의 벽은 높아 20, 30대가 낳는 아이들의 성비도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남녀 가사분담은 ‘대세’. 육아 빨래 식사준비 등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분담하겠다는 응답은 연령이 낮을수록 많아졌다.

결혼전 동거에 찬성하는 비율이 30% 이상 나온 것에 대해 여성민우회 이회장은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은 언뜻 여권신장으로 여겨지지만 동거 후 파탄할 경우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쌍용의 이팀장은 “고졸 이하에서 찬성이 많은 것은 동거를 윤리적보다는 생활적 차원에서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분석.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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