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술접대 사망’도 업무재해…서울고법 판결

회사의 명령이 없더라도 업무상 필요해 3차까지 술자리를 갖다 사고로 숨졌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일까.

D자동차 컬러 및 그래픽팀 과장 최모씨(41)는 95년 회사가 새 모델로 내놓을 N승용차의 실내디자인 개발을 맡았다.

그는 97년 2월 이 차종의 생산과정에서 실내 운전석 앞부분의 문양(紋樣)에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회사에 보고했다.

회사측은 일본 I사에 기술지원을 요청해 기술자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최씨는 일본 기술자와 문양수정을 논의한 뒤 97년 4월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생맥주집에서 맥주를 한 잔씩 했다.

이 기술자는 “내가 한잔 사겠다”고 제안했고 최씨는 단란주점에서 양주1병을 마셨다. 최씨는 이 기술자가 3차를 갈 것을 제안하자 거절하지 못하고 다른 단란주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나오다 계단에서 넘어져 숨졌다.

최씨의 유족 김모씨(37)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측은 “통상적인 접대의 범위는 저녁식사”라며 “식사후 술을 마신 것은 개인적인 일이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이를 거부했다.

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서울고법 특별10부(재판장 이종욱·李鍾郁 부장판사)는 4일 “단란주점에 간 것도 업무수행을 위한 접대행위로 인정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