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심야 영화관

  • 입력 1999년 1월 6일 18시 59분


깜깜한 밤, 도시 전체가 조용히 ‘잠드는’ 심야에 ‘깨어 있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심야 영화관이다. 하나 둘씩 늘어가는 심야 상영관으로 인해 서울의 밤 풍경도 조금씩 바뀔 정도다.

“가슴속으로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라스트 신의 찡한 여운에 이마를 때리는 찬 새벽공기도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니까요. 안 와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겠죠.”

6일 오전 1시40분.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태양은 없다’를 보고 집으로 향하던 신세대 영화마니아 김선영씨(27·여·회사원).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은 커녕 미소가 번져 있다. “정우성의 강렬한 눈빛이 지금도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는 농담까지 곁들이자 곁에 선 남자친구가 눈을 흘긴다.

10층 CGV광장에 11개의 상영관이 있는 테크노마트가 젊은 영화팬들에게 ‘밤의 명소’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4월. 평일에도 자정을 넘기는 심야상영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비슷한 시각. 신촌 신영극장에서는 맥 라이언(유브 갓 메일)과 짐 캐리(트루먼 쇼) 샌드라 블록(프랙티컬 매직) 이 밤새 스크린을 메우고 있었다. 이 곳은 자정부터 오전6시까지 3편의 심야영화를 연속상영하는 곳. 물론 객석은 1만원에 3편을 즐기려는 젊은이들 차지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명동의 코리아 극장도 밤샘 관객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여름 새벽5시가 넘어서야 끝나는 공포영화 ‘킹덤’이 매진사례를 기록했을 때 모두가 놀랐죠. 심야에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젊은 관객들의 기호 때문에 심야상영 영화관은 계속 늘것 같아요.” 서울시 극장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평촌신도시의 중심가인 안양시 동안구 범계역 주변 ‘킴스 아울렛’도 16일 개관하는 4개의 개봉작 상영관을 심야상영관(주말에만)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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