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서도 보물을 찾아내는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신과람)’. 이들을 만난 아이들은 과학의 비밀을 터득하고 기뻐한다.
무엇 때문에 과학운동을 펼치냐고 물어보면 이들은 자신들의 모임이름을 되풀이한다.
“과학은 신나는 것이니까…”
이들의 실험은 기발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신과람’이 펼치는 ‘과학쇼’에는 물도깨비 달걀폭탄 필름권총 비닐병로켓 이산화탄소폭탄 인간전지 알코올권총 등 난생 처음 접하는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화려한 마술쇼 같다. 하지만 이들이 빼놓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과학이 재미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다.
‘신과람’은 서울 경기지역의 중·고등학교 20∼40대 과학교사 50여명의 모임.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가르치려고 모였다.
“백묵으로 칠판에 그려놓은 맥빠진 실험을 보며 눈만 깜박이는 현실 때문에 과학은 아이들의 관심사에서 항상 뒷전이 됐다”는 것이 선생님들의 ‘출사표’.
89년 현종오교사(오금고) 등 5,6명의 교사가 처음으로 뜻을 같이 했다. 후미진 실험실에서 단촐한 모임이었다. 말로만 가르치던 갖가지 원리들을 재미있는 실험으로 보여주자면 교사들 역시 공부가 필요했다. 깨지고 터뜨리고 놀라 달아나기를 수 십 차례. 그사이 더 많은 젊은 교사들이 가세했고 실험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93년에는 보람과학교사모임의 교사 8명도 합류, 오늘날의 ‘신과람’이 됐다.
모임을 만든지 10년이 됐는데도 아직 번듯한 사무실하나 장만하지 못했다. 서강대 화학과에서 배려해준 교수회의실을 아지트로 삼다 지난해 봄부터 한양대 자연과학대학에 둥지를 틀었다.
“교사 몇 명이 모이면 전교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오해해 못마땅한 눈길로 쳐다보던 때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 현종오교사의 술회.
‘신과람’의 선생님들은 매주 화요일 정기 모임을 갖는다. 1주일동안 각자 연구한 실험을 발표, 토론하고 2∼4가지 실험을 같이 해본다. 이렇게 발표해 모아놓은 과학실험 교안만도 4천여건.
사실 이 모임의 주활동은 행사보다는 연구활동이다. 신과람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연구 성과물을 공유한다. ‘생활속의 과학’을 주창하지만 대한화학회등 학술단체에 나가 연구결과를 발표할 정도로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험재료는 재활용품이 많다. 우유병 깡통 달걀껍질 끊어진 기타줄 나무조각…. 덕분에 이들의 주요일과 중 하나는 쓰레기통 뒤지기.
최근까지 신과람의 실험연출부장을 맡았던 전석천교사(숭문고)는 “주변에서 흔한 물건이나 쓰레기가 멋진 실험재료로 둔갑해 신기한 과학현상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산만하던 학생들도 모두들 숨죽이고 눈동자를 반짝이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엔 신과람의 과학쇼가 열리면 1천여명의 청소년이 몰린다. 매년 개최하는 행사도 다채롭다. ‘신나는 과학캠프’‘신나는 과학놀이마당’ ‘신나는 과학 열린마당’ 등.
13∼15일 한양대 자연과학대학에서는 ‘신과람’이 일년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잔치’가 열린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신나는 과학놀이 마당은 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한눈에 접할 수 있는 자리. 마찰전기를 이용하여 형광등 밝히기, 공룡 뼈대 만들기,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떠오르는 잠수함, 끝없이 돌아가는 우주팽이, 레이저를 이용한 하프연주 등 듣기만 해도 흥미로운 소재들이 대거 선보인다.
‘신과람’의 대표를 맡고 있는 류성철 교사(종암여중)는 “과학은 어려운 것이라는 일반인의 편견을 깨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신과람’의 로고에는 과학이라는 나비가 되기 위해 돋보기를 든 애벌레가 등장한다.
아이들에게 과학의 불씨를 심어주는 ‘신과람’이 있는 한 한국과학의 앞날은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다. 02―2290―0947.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