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自 사기피해]각서 한장받고 외상수출

  • 입력 1999년 1월 7일 19시 43분


아시아자동차 수출대금 사기사건은 브라질 교포 수입상인 전종진(全鍾鎭·34)씨의 대담한 사기행각과 ‘주인없는 회사’ 임직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의 합작품이었다.

회사 임직원들은 전씨의 무리한 제의를 별다른 검토없이 받아들였고 2억달러에 가까운 외상대금이 쌓일 때까지 별다른 채권확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시아측은 유령회사 밤바리 인터내셔널(BBI)을 통한 중개무역은 수출대금을 떼일 위험성이 항상 존재했음에도 ‘아시아자동차에 손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전씨의 각서만을 믿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전씨의 사기행각을 전폭적으로 도와준 사람은 전수출담당이사 이모씨(53). 이씨는 93년 페루와의 거래에서 1천만달러의 손해를 봤을 때 전씨가 이를 해결해준 것을 계기로 전씨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씨는 전씨와 거래하면서 거액의 외상이 누적돼도 ‘내가 다 알아서 한다’며 전씨를 적극 옹호했다. 이씨는 또 96년 2월 본사와의 동의없이 전씨에게 브라질 합작공장 설립신청서를 내주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 수출담당이사를 하면서도 전씨의 브라질회사인 세트상사의 이사를 겸임하는 등 ‘기본적인 직업윤리’마저 팽개쳤다.

검찰은 아시아측의 이같은 비상식적인 행위는 임원들이 전씨의 로비에 ‘눈뜬 장님’처럼 놀아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브라질에 파견된 모상무는 전씨의 AMB사를 감시하기보다는 부하직원들의 동태를 전씨에게 알려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씨는 아시아측 직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대단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측 직원들이 브라질에 오면 예외없이 자신의 1백만달러 저택에서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고 한국에서도 강남 룸살롱 등지에서 질펀한 접대를 벌였다는 것.

〈서정보기자〉suhchoi@dom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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