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이종기변호사 장부에 前現판검사 33명등장

대전지역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에 등장하는 전현직 판검사가 10일 현재 33명으로 늘어나는 등 이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전현직 검사 27명, 전현직 판사 6명이다.

이들중에는 전현직 검사장 4명, 전직 법원장 1명 등 차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도 5명이나 포함돼 있다.나머지 인사도 부장판사나 부장검사급이 대부분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비장부에는 이들이 소개한 사건의 종류와 시기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들은 대개 이변호사가 개업한 뒤 대전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대전지검이나 대전지법 재직시에는 물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뒤에도 사건을 소개했다.

비장부에는 이들이 사건 소개의 대가로 사례금을 받은 흔적이 나타나있지 않다.

또 이들도 사건을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거나 사건소개의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건 의뢰인이 일부러 자신의 이름을 들먹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전현직 판검사들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할 때 건당 소개료를 받지는 않지만 이변호사로부터 ‘명절답례’나 향응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도 이들이 사건소개의 대가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의정부지역 이순호(李順浩)변호사 사건에서도 이변호사가 의정부지원과 의정부지검에 근무하는 판검사에게 향응을 베푼 실태가 드러났었다. 비장부에 따르면 한 전직 검사장은 92년10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 장물취득 재물손괴사건 등 3건을 92∼95년에 소개한 것으로 돼있다.

현직 검사장 한명은 94년4월 교통사고사건을, 다른 검사장은 94년8월 관세법사건을 소개해줬다.

한 변호사는 대전에서 검사로 재직하던 92년 불법오락실영업 변호사법위반 사기피의자에게 이변호사를 소개해줬으며 서울에서 근무하던 95년에도 사건을 소개한 것으로 장부에 기록돼 있다.

변호사로 전직한 한 검사는 자신이 검사시절 처리한 사건을 이변호사에게 소개한 사실도 드러났다.

장부에 기록된 판검사 중에는 이변호사의 고교 동문이 많았다.

이변호사 고교후배인 한 지청장은 92년10월 사행행위 피의자를 소개했다. 역시 이변호사의 고교후배인 한 변호사는 판사재직 시절 10여건을 소개했다. 한 부장판사는 95년10월 업무상과실치상사건을, 다른 부장판사는 94년6월 뺑소니사건을 소개한 것으로 돼 있다.

이들이 소개한 사건은 처리 결과도 의뢰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검사가 소개한 사건은 대부분 불구속되거나 벌금 무혐의 약식기소됐고 판사가 소개한 사건의 의뢰인은 보석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전〓이기진·지명훈기자〉doyoce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