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박종희/용감한 시민의 봉변

  • 입력 1999년 1월 12일 19시 49분


“범인잡아주고 경찰에 오히려 뺨맞은 격입니다.”

11일 오전 주택가 골목길에 주차해있는 차량들을 마구 부수던 20대남자를 인근 주민과 합세, 격투끝에 붙잡아 경찰에 인계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2동 편모씨(48)는 이날 새벽 경기 부천중부경찰서 북부파출소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편씨는 이날 오전1시쯤 ‘쨍그렁’‘쾅’하는 소리에 놀라 잠옷바람으로 뛰쳐나갔다. 한 남자자 심곡동에서 원미구보건소쪽으로 가면서 눈에 띄는 차량 10여대를 발로 차고 부수는 중이었다.

편씨는 최근들어 세차례나 일어난 차량파손사건을 떠올렸다. 그는 나중에 오모씨(23)로 밝혀진 이 남자를 이웃주민과 함께 40여분간이나 뒤쫓아가 붙잡았다. 112순찰차는 그때에야 나타났다.

그러나 파출소에서는 뜻밖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의자 갖고와 조사 받아….” “신분증은 있나….”

경찰관들은 편씨를 피의자 다루듯했다. 거의 반말투였다. 이가 망가지고 입술이 터진 편씨는 병원부터 다녀오면 안되겠느냐고 통사정했으나 경찰관들은 들은 척도 않았다.

직장출근시간이 다가온 편씨는 “내가 피의자냐”고 항의하며 파출소문을 박차고 나왔다.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넘겼는데도 경찰관들은 ‘귀찮은 일생겼다’는듯모멸감섞인 표정으로 조사를했습니다.”편씨의 말이다.

조사를 담당했던 양모순경(30)은 이에 대해 “편씨에게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조사했으나 당시 그가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불친절하다고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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