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과 건물번호를 결합하는 서구형 주소체계는 96년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비서실 소속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과 내무부(현 행정자치부)가 기획,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강남구가 시범 추진해왔다.
서울시의 경우 2000년까지 모든 건물에 새 주소를 부여하기로 하고 2백억원의 예산까지 배정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길찾아 갈 일이 많은 집배원이나 택배업자들은 새 주소로 집을 찾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는 반응이다. 택배서비스업체인 퀵메신저서비스㈜ 박영철(朴英澈)씨는 “길이름이 9백61개나 돼 반드시 옛날 주소를 확인한뒤 배달한다”며 “새주소가 나와있는 지도라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소방서 소방과 직원들도 “새 주소를 이용해 신고하는 주민들에게는 반드시 옛날 주소를 다시 묻게 돼 출동시간이 오히려 더디다”고 불평했다.
정보통신부 왕진원(王鎭元)국내우편과장은 “새로운 우편번호체계나 새주소와 구주소를 연결한 전산망을 갖출 새도 없이 서둘러 새로운 주소체계를 도입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새 주소를 쓸 경우 집배업무가 몇배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지명위원회에서 길이름의 역사성을 강조하느라 편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나머지 24개구의 도로이름을 지을 때는 블록에 따라 ‘가’ ‘나’ ‘다’로 시작하는 이름을 짓는 등 길찾기가 쉽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