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수임실태]퇴직지역서 개업 사건 도맡아

  • 입력 1999년 1월 13일 19시 42분


갓 개업한 변호사 ‘봐주기’를 뜻하는 법조계의 전관예우(前官禮遇) 실태가 서울지역 변호사들의 수임실태 분석결과 통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전관예우에 대해 우리의 형법체계와 법관의 넓은 재량권에서 그 원인(遠因)을 찾는 법조인도 있다. 즉 실형에서부터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까지, 또는 유기징역에서 벌금형까지 가능하도록 법관의 재량을 어느 나라보다도 넓게 인정하는 형법구조 그리고 법관의 자유재량권을 제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도 다른나라에 비해 전관예우를 부추기고 사건브로커가 개입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법리논쟁이나 변호사의 실력경쟁보다 ‘안면’이나 ‘정치력’에 좌우되는 그릇된 풍토도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또 판검사와 변호사 사이의 봉투주고 받기를 ‘미풍양속’쯤으로 용인해온 낡은 의식 등도 불식돼야 할 폐습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분석한 형사사건은 서울지법과 산하 지원의 지난해 합의부사건 총3천5백89건 전체. 취재팀은 법원 단말기를 이용해 사건별로 일일이 수임변호사를 알아보는 방식을 통해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지법과 산하 4개 지원에 접수된 형사사건중 본안사건은 4만2천7백31건. 이중 합의부에 배당된 3천5백89건을 제외한 3만9천1백42건은 단독재판부 사건이다.

법원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선고가 예상되는 등 비교적 형량이 무겁고 죄질이 좋지 않은 사건을 형사합의부에 배당한다. 합의부 사건은 변호사 선임률이 40% 가량으로 단독사건(15% 가량)에 비해 높다. 취재팀의 조사결과 서울지역의 전관예우는 서울지법과 산하 지원별로 지역이 제한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지방의 변호사회와 달리 인구가 많은 서울은 전 지역에서 골고루 상위에 오르는 변호사는 없었다. 전관예우는 개업지에서만 통하고 있는 셈이다.

북부지청 부장검사를 지낸 모 변호사는 북부지법에서만 13건을 수임해 이 지역 1위를 마크했다. 북부지청 부장검사였다가 지난해 개업한 모 변호사는 10건으로 3위에 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나머지 지원도 마찬가지였다.

형사합의부 사건이 이들 변호사가 맡은 사건의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 이들이 수임한 형사사건은 대부분 단독재판부가 처리하는 사건들이다.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은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등 3명이 합의해야만 ‘봐줄수’ 있는 합의부 사건보다 판사 혼자서 처리하는 단독사건을 더 선호한다.

취재팀이 직접 확인한 결과 서부지원 앞에서 활동하는 모 변호사는 지난 한해동안 12건의 합의부 사건을 수임한데 반해 단독사건은 한달 평균 10건 가량씩 수임했다. 결국 전관예우는 수임집중 현상을 낳고 나아가 사법불신으로 이어진다.

〈이 훈·윤상호·이헌진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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