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옥천군 청성초교 묘금분교 이은자교사

  • 입력 1999년 1월 14일 14시 22분


충북 옥천군 청성면 묘금리 청성초등학교 묘금분교의 3,6학년 담임인 이은자(李殷子·49·여)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머니같은 선생님이다.

이교사는 전교생 23명 중 8명이 어머니나 부모가 없어 도시락조차 제대로 갖고 오지 못하는 형편을 감안해 김치와 김 멸치조림 등을 만들어 사물함에 넣어두고 학생들이 밥만 싸와 점심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어린이날에는 학용품을, 어버이날에는 학생들이 부모나 조부모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양말 등을 나눠준다.

96년 이 분교에 부임한 그는 쉬는 시간이면 침울한 표정으로 교실 주변을 배회하던 학생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주기 위해 수업이 끝난 뒤 영어와 서예 동요 등을 가르쳤다.

이후 학생들은 대전과 청주 등에서 열린 서예 영어웅변 동요대회 등에 참가해 각자 한 두가지의 상을 받은 뒤 학교생활에도 열의를 보이기 시작했다.

교대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서예경력이 10년이 넘는 그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영어학원에도 다녔다는 것.

일부 학부모들이 ‘서예시간’에 학생들이 먹물을 묻혀 옷을 더럽히고 있다고 항의하자 교회 등을 돌아다니며 헌 옷을 얻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햇살이 비치는 시간이 다른 곳보다 짧은 이 분교 학생들은 온종일 빛을 발하는 ‘이은자선생님’을 보며 힘을 얻고 있다.

이교사는 “두메 산골의 결손가정 학생들이지만 대도시의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는 제자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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