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식생조사]『서양등골나물 기승 토종풀 밀어낼우려』

  • 입력 1999년 1월 17일 20시 17분


‘초원의 황소개구리’ 서양등골나물이 서울 남산에 침투해 급격히 번지고 있어 토종풀을 밀어낼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원광대 생명과학부 길봉섭(吉奉燮)교수팀이 최근 한국생태학회에 제출한 ‘서울 남산의 식물상과 그 분포’논문에서 밝혀졌다.

길교수팀이 한국식물연구회 전의식(全義植)회장과 함께 남산의 식생을 조사한 것은 지난해 7∼9월. 길교수는 “조사 결과 서양등골나물이 맹렬히 늘어나고 있었다”면서 “과거 조사에서 별로 보고되지 않았던 이 풀은 남산의 풀밭을 뒤덮으며 우점종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우점종은 일정한 범위내 식물 군집 가운데 가장 무성한 것으로 군락을 대표하는 종류를 말한다.

서양등골나물은 다른 풀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아카시아나무 숲에서도 잘 자라는 등 번식력이 좋고 저항세력이 별로 없어 전국의 토종풀을 쉽게 밀어낼지도 모른다고 길교수는 우려했다.

서양등골나물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다년생 풀로 70년대 후반 국내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서울 남산에서 발견되고 중부지방에까지 퍼지고 있다는 것.

한편 이번 조사에서 귀화식물의 비율이 12년만에 7배나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길교수에 따르면 귀화율은 환경파괴로 인해 기존 생태계가 파괴된 정도를 보여준다며 귀화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파괴가 심해졌다는 것.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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