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주부등 103명 상습도박…하루 3억~5억 날려

  • 입력 1999년 1월 18일 19시 55분


부유층 가정주부와 조직폭력배 승려 프로골퍼 등 1백여명이 상습적으로 포커 고스톱 내기골프 등 도박을 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유명인사 부인 중에는 도박에 빠져 수억∼수십억원을 날리고 남편에게 이혼당한 사람도 있었다.

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영수·朴英洙)는 18일 상습 도박혐의자 1백3명을 적발해 곽은자(郭恩子·53·여·무직)씨와 방설자(方雪子·53·여·무직)씨 등 53명을 구속기소하고 주상용(朱祥龍·32)씨 등 30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프로골퍼 손모씨(54) 등 20명을 수배했다.

적발된 도박혐의자는 곽씨 등 부유층 상습도박 30명과 골프도박 11명, 조직폭력 개입 도박사범 21명, 도박조직 ‘땅콩파’ 관련자 16명, 사기도박 8명, 승려도박 17명 등이다.

▼부유층 주부▼

검찰에 따르면 곽씨 등은 부유층 가정주부들을 끌어들여 96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포커와 고스톱 골프도박 등을 벌여온 혐의다.

이들은 한차례 50만∼1천5백만원씩의 판돈을 걸고 속칭 ‘싸리섯다’판을 벌여왔다. 이들은 바둑알 한알을 1만∼10만원으로 정해 한판에 1백50∼3백개씩 뿌려놓고 도박을 벌였다. 판돈이 ‘1타임(보통 3시간)’당 1억원이 넘어 하루에 3억∼5억원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검찰은 S환경사장의 전부인 김씨가 도박으로 23억원을 잃은 것을 비롯해 금씨와 박씨 등이 도박으로 거액을 잃고 남편과 이혼했다고 밝혔다.

또 축구감독 부인 최씨는 8억원대 빌라를 날리고 단란주점 여사장 한모씨는 17년간 술집을 경영해 모은 12억원을 잃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골프도박▼

프로골퍼 손씨는 이선열(李善烈·51·전북지방골프협회 전무·구속)씨 등과 짜고 “골프장 부킹을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고객’은 돈은 있지만 골프에 서툰 속칭 ‘호구’들. 대부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을 상대로 손씨 등은 1타에 5만∼60만원을 걸고 홀마다 계산을 하고 또 다시 9홀 기준으로 1인당 5백만∼2천만원을 걸어 4등은 1∼3등에게, 3등은 1∼2등에게, 2등은 1등에게 건 돈을 주도록 했기 때문에 판돈이 한차례 1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조직폭력개입 도박▼

이리 구시장파 두목 김선태씨(41·수배)는 부하들을 망을 보는 ‘문방’, 자금을 빌려주는 ‘꽁지’, 잔심부름을 하는 ‘박카스’ 등으로 배치, 서울 용산일대 가정집에서 가정주부와 술집주인 등을 상대로 도박판을 벌였다.

▼사기도박▼

불황을 악용한 신종 사기도박범들도 적발됐다. 도박계의 거물로 통하는 방씨는 ‘설계사’로 불리는 유인책 5명을 이용해 중소 건축업자들을 끌어들였다.

방씨는 일감이 없어 노는 중소 건축업자들에게 접근, 심심풀이로 고스톱에 재미를 붙이게 한 뒤 전문 도박꾼인 속칭 ‘기사’를 내세웠다. ‘기사’들은 돈을 잃어 주는 척하다 막판에 돈을 따는 수법으로 W건설 대표 이모씨 등 15명으로부터 1억여원을 털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

검찰은 “도박 참가자들 중 돈을 잃은 사람은 있어도 따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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