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서울시장의 판공비 공개

  • 입력 1999년 1월 22일 19시 34분


요즘 참여연대와 서울시청간에 고건(高建)시장의 판공비 공개문제를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참여연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장의 판공비 자료를 요구했고 서울시는 “시장과 식사한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것을 거부했다. 참여연대는 현재 행정심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서울시장의 판공비 공개 논란은 97년 일본 도쿄(東京)고등법원의 판결을 떠오르게 한다.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도지사가 교부금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엄청난 접대비를 쓴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 조례를 이용해 판공비 자료를 요구했다.

당시 도쿄도지사는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국가나 지자체 공무원이 참석한 회의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결국 판공비는 낱낱이 공개됐고 중앙정부 공무원들에 대한 ‘관관(官官)접대’비 내용과 식사비 영수증의 70%가 가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관관접대가 사라지고 지자체장들의 판공비도 최고 60% 깎였다.

이처럼 정보공개는 ‘밀실행정’을 ‘어항속 금붕어’와 같은 ‘투명행정’으로 바꿔 공무원들의 비리를 막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중하위직의 비리에 이어 최근에는 고위직 공무원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최근 개혁의 기수라 불리던 40대 국장이 구속된 것을 보면 비리에는 세대차도 없다.

만연된 비리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 같은 전시행정으로 뿌리뽑을 수 없다. 서울시가 투명행정으로 비리를 척결하려 한다면 시장의 판공비 사용명세부터 떳떳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이진영<사회부>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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