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외자유치경쟁 「불꽃」…서울사무소 개설 붐

  • 입력 1999년 1월 26일 19시 10분


대구시 이진무(李鎭茂)정무부시장은 스스로 “나는 정무(政務)가 아니라 경제부지사”라고 소개한다.

대한투신 사장 출신인 이부시장이 요즘 하는 일을 따져보면 그럴 만하다. 그는 하루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외국 금융기관인사와 만나거나 전화통화하는 것으로 보낸다. 미국의 JP모건이나 메릴린치 등 대한투신 시절 알고 지내던 금융계 인사들이 그의 ‘파트너’들.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싱가포르 등의 투자자들과도 수시로 자료를 주고 받는다.

“열악한 우리 시 재정으론 도저히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건설할 수 없습니다. 해답은 외국투자자들에게 있죠.”

이부시장 같은 민간기업 출신 정무부시장은 이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대부분의 시도가 정무부지사나 정무부시장으로 ‘경제통’을 영입하고 있다.

부산 남충희(南忠熙)부시장은 쌍용그룹고문, 울산 엄창섭(嚴昌燮)부시장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본부장 출신이다.

강원도의 심재엽(沈在曄)정무부지사는 20년째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던 중소기업가에서 일약 부지사로 영입됐다.

시도마다 2인자 자리에 ‘행정 문외한’들을 배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족한 지방재정 형편 속에서 지역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고용을 늘리고 첨단기술을 이전받아 지역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외자유치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

지방에만 머물지 않고 외국투자자들이 몰리는 서울에 사무실을 내는 것은 기본이다.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민간전문가들이 뛰고 있다.

울산시 최낙민(崔洛玟)외자본부장도 삼성전관 임원 출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외국투자자들을 상대로 ‘울산’을 팔고 있다.

강원도 서울 외자유치센터에도 국내 유수의 로펌 출신 국제변호사와 골드만삭스 전문가들이 연봉 계약직으로 들어와 뛰고 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최근 외국 투자자들에게 배달되는 홍보지의 모델로 등장했다.

자치단체장들이 솔선수범하니 부하직원들도 안 따라갈 수가 없다.

김남수(金南洙)강원도서울사무소장은 “경제지식을 갖추기 위해 밤에는 경제학 서적과 씨름한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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