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명/두 목소리]『할 말 했다』 『왜 하필 이때…』

  • 입력 1999년 1월 28일 19시 33분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항명파동으로 검찰 조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국 고검 지검의 검사들은 28일 대부분 일손을 놓은 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 간부들은 대부분 심고검장의 행동을 ‘반란’으로 몰아세웠으나 일선 검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서울지검 박순용(朴舜用)검사장은 이날 오전9시반 전체 검사회의를 열고 “절대로 동요하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지검은 또 개인적인 의견을 절대로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당부하는 등 검사들의 입단속에 나섰다.

심고검장의 행동에 대한 검찰청 내부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간부급들이 심고검장의 행동을 ‘경솔’하다고 평가하는 것과 달리 평검사들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의 정치시녀화를 얘기하려면 평소에 하지 왜 금품과 향응 혐의를 받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검사는 “몇몇 검사들을 희생양삼아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하는 검찰 수뇌부의 시도에 많은 검사들이 반발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

○…전국 각 지검도 마찬가지 분위기. 이날 오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심고검장 항명사건 을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구고검과 지검 검사들은 “경위야 어찌됐든 검찰로선 씻을 수 없는 불행”이라며 침울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 광주지역 검사들은 대부분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도 이 사건의 추이와 검찰전반에 미칠 ‘메가톤급 파문’을 걱정하기도 했다.

○…법원 수뇌부는 28일 이번 파동이 당장 대전비리 연루판사들의 처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다 자칫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긴장했다.

안용득(安龍得)법원행정처장 등 주요 간부들은 이날 오전 출근하자마자 심고검장 발언내용과 검찰 분위기를 보고받는 등 민감한 반응.

이날 재판일정이 없는 판사들은 판사실에 삼삼오오 모여 사법사상 초유의 항명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전날 대법원 세미나실에서 모여 대전법조비리 사건 보도에 대한 대책을 숙의했던 일부 판사들은 심고검장 항명 사건을 전해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설왕설래하는 모습이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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