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의 민감성 때문이다. 청와대는 27일 즉각적인 입장발표를 유보한 채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여론을 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정리된 청와대의 공식입장은 ‘한치도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엄정한 대응’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8일 법절차에 따른 엄정처리를 지시한 것도 같은 취지다.
여기에선 검찰의 기강확립을 위해 이번 사건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파문을 불필요하게 확산시키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동시에 읽혀진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도 김대통령의 지시를 전하면서 심고검장의 성명발표를 ‘항명’으로 규정했으나 심고검장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항명으로 규정된 만큼 그에 상응한 심고검장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모든 처리는 법무부와 검찰에 맡기고 청와대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관행화된 비리 수술’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부작용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때가 묻은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때를 한꺼번에 벗길 수 없다고 해서 때가 드러난 사람까지도 묵과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김대통령의 검찰관리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대통령이 검찰의 독립을 지나치게 강조, 너무 방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즉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경질불가론이 강하다. 지금 경질하면 결과적으로 심고검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셈이 돼 오히려 사태만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후임총장 문제를 둘러싼 검찰내 파워게임이 심상치 않은 만큼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기다려 김총장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토록 하자는 의견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의 분위기나 입장도 청와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사건을 잘못 다루면 국가위계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김총장 등 검찰 수뇌부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