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진단]호남, 어음부도율 전국평균의 培

  • 입력 1999년 1월 29일 19시 39분


호남지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광주지역 실업률은 8.8%. 97년말 3.4%에 비해 5.4%포인트 높아졌다.이는 또 여전히 전국평균(7.9%)을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12월말의 어음부도율도 광주 전남 0.28%, 전북 0.27%로 1년전에 비해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전국평균치(0.12%)보다는 배이상 높다.

지역내 전체 제조업체 가운데 종업원 3백인이상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광주 0.7%(16개) 전남 1.1%(39개) 전북 1.3%(29개). 그만큼 이 지역의 경제규모가 빈약하다는 얘기다.

이곳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선 이른바 ‘정권창출지역’으로서의 프리미엄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속으로는 ‘역차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입을 모은다.

★광주 전남★

1백80만평 규모의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는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공단. 그러나 활기는커녕 찬바람이 일고 있다. 현재 6백46개 업체가 입주해 있지만 이 가운데 10%인 65개 업체는 ‘휴폐업 안내판’을 내걸었다. 나머지 업체의 가동률도 66.7%에 불과하다.

특히 지역경제 규모의 30%를 차지했던 아시아자동차가 97년 7월 부도가 난 뒤 공단내 2백여개 조립금속업체들은 거의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 발표이후 대우전자에 부품을 납품해온 50여개 업체의 가동률도 뚝 떨어졌다.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 조규웅(曺圭雄)업무계장은 “한때 평당 50만원선에 거래됐던 공단부지가 30만원대로 떨어졌지만 요즘은 묻는 사람도 없다”며 “야근을 하는 업체가 없어 저녁 7시가 지나면 공단전체가 암흑천지로 변한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 삼호면 대불국가산업단지는 더 황량하다. 공단조성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이른 91년 분양을 시작했으나 전체 2백16만평 가운데 현재까지 25%인 54만평만 분양됐다. 그나마 현재 가동중인 업체는 32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단부지엔 잡초만 무성하다.

광주지역의 건설경기도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회장 김대기·金大起)에 따르면 97년말 70개사에 이르렀던 회원사(종합건설사)가 지난해 말에는 56개로 줄었다. 남은 업체가운데서도 6개사가 또 부도가 나 실제 영업중인 회사는 50개에도 못미친다. 지난해 공사수주물량도 97년에 비해 22.9% 줄었으며 특히 조경부문은 84.3%나 감소했다.

서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말해주는 유통업계 매출액도 하향추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 등 유통업계의 총매출액은 1조8천5백96억원으로 97년(2조4백94억원)에 비해 17.3% 감소했다. 조선대 오성동(吳成東·경제학)교수는 “이 지역 경제가 빈사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기본적으로 경제기반이 취약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역경제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함께 대기업을 적극 유치해 고용창출효과를 극대화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북★

전북 완주군 전주과학산업단지는 전북경제의 실상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전북도는 반도체 등 무공해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57만1천평 규모의 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해 97년 10월 분양에 들어갔으나 지금까지 단 한평도 분양되지 않았다.

정읍시 북면의 정읍 2,3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 93년 분양을 시작했으나 42만5천평 가운데 절반인 21만3천평만 분양됐다.

그나마 입주계약한 55개 업체중 공장을 지어 가동중인 업체는 21개 업체에 불과하고 13개 업체는 휴업 또는 폐업중이다. 나머지 21개 업체는 경기가 불투명하고 자금사정이 어렵다며 공장 건설을 미루고 있고 이중 5,6개 업체는 해약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97년말 정부가 수도권지역에 대한 공장입지 규제를 완화한 뒤에는 간간이 이어졌던 입주문의마저 끊겼다”며 “공단이 언제쯤 정상화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내 14개 산업단지의 미분양면적은 3백35만평. 이 가운데 55만5천평은 일단 입주계약을 했다 지난해 계약을 해지한 경우다.

전북도의 경우 도내에 본거지를 둔 ‘국내 빅3’ 내의업체 가운데 백양을 제외한 쌍방울과 태창이 부도가 나면서 지역경제에 큰 주름이 잡혔다.

또 우성건설 기아특수강 보배 거성건설 등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이들 업체와 하도급 또는 납품관계를 맺고 있던 중소기업들이 연쇄 도산하고 있다.

전주상공회의소 김순원(金淳沅)조사진흥부장은 “지난해 전북의 연평균 어음부도율은 0.8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공업비중이 낮고 농업비중이 높은 지역경제 특성상 다른 지역에 비해 ‘추락 속도’가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그만큼 회복 속도도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전주〓김 권·김광오·정승호기자〉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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