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검사들 「檢亂」 속앓이…상관싸움 안절부절

  • 입력 1999년 1월 29일 19시 40분


88년 어느 날 저녁 서울 강남의 S일식집. 심재륜(沈在淪)서울지검 특수1부장이 검사들과 함께 회식을 하는 자리였다.

폭탄주가 한두잔씩 돌아갈 무렵 김태정(金泰政)인천지검 차장이 퇴직한 검찰선배 등과 함께 들어섰다.

김차장은 심부장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 그는 심부장보다 앞서 85∼86년 서울지검 특수3부장과 특수1부장을 지냈다.

식당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어색한 표정이었다. 함께 근무한 적도 없었고 술자리를 같이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곧 의기 투합했다. ‘거악(巨惡)을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한다’는 특수부 검사로서의 공감대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 폭탄주를 주고 받으며 대취했다고 당시 그 자리에 있던 특수부 검사들은 회고했다.

특수부 검사는 남다른 ‘성장 과정’과 근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검찰에서 일정한 맥(脈)을 형성하며 운명을 같이한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현재 특수부 검사들 중 상당수는 김태정총장과 심재륜고검장을 시간 간격을 두고 상관으로 모시며 일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지금 마음고생이 많다.특수부 검사의 자존심을 지키며 생사를 함께해 온 두 사람이 ‘항명’과 ‘징계청구’로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 후배검사들은 김총장과 심고검장이 공통점이 많다고 말한다. 특수부 검사로서 특출난 감각과 능력, 화끈한 성격에 폭탄주를 잘하고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까지 닮은 점이 많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중견검사는 “두 사람이 감정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두 사람이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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