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낙연/법대 윤리교육

  • 입력 1999년 1월 31일 19시 39분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은 처음으로 동양인에게 돌아갔다. 인도 출신의 아마르티아 센 교수다. 스웨덴 한림원은 “센 교수가 경제학의 윤리적 측면을 복권시켰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올해초에는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이 ‘나’ 대신 ‘우리’에 교육목표를 두겠다는 교육개혁 플랜을 발표했다. ‘경제학의 윤리’는 정말로 복권되는가. 아니면 효율성과 돈벌기로 질주하는 경제현실에 대한 일시적 반성인가.

▽서울대 등 여러 대학교가 법대 저학년의 윤리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교별로 ‘법조 책임론’ ‘법조 윤리’같은 과목이 신설되거나 ‘인성 강좌’가 확대되고 학점에도 반영될 모양이다. ‘법학의 윤리’가 정말로 복권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를 충격과 분노에 몰아넣은 법조계의 잇따른 비리에 대한 일시적 반성인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에는 머리좋은 학생들이 몰린다. 그러나 많은 졸업생은 월 스트리트에 진출해 윤리와는 관계없는 기업사냥 등으로 떼돈을 번다. 우리 나라 법대에도 수재들이 모인다. 그러나 졸업생의 상당수는 돈의 유혹에 빠져 법으로 포장한 비리에 물든다. 어떤 변호사는 “한 발은 ‘법’을, 또 한 발은 ‘불법’을 딛고 서 있다”고까지 고백한다. 머리와 지식이 사회의 재앙이 되는 현실은 두렵다.

▽고시생들이 고시과목 이외의 강의를 외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조윤리 강의인들 제대로 들을 것인가. 듣는다고 윤리적으로 될 것인가. 법조윤리를 고시과목에 포함시키면 나아질 것인가. 회의(懷疑)가 꼬리를 문다. 그렇다고 윤리교육에 기대하지 않을 수도 없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그런 국민을 달래려면 이번에 단호하게 법조를 개혁하는 것이 더 급하다.

〈이낙연 논설위원〉nak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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