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진단/대전 충남북 현주소]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00분


대전 충남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IMF의 타격’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호황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 지역의 산업기반이 워낙 취약하기 때문에 타격도 적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실업률은 대전 8.0%, 충남4.8%, 충북 6.2%로 97년말에 비해 4배 정도 높아졌다. 충남북의 경우 실업률은 전국 평균치(7.9%)보다 아직 낮지만 실업자 증가 추세는 훨씬 가파르다.

지난해 12월 어음부도율도 대전 0.30%, 충남 0.63%, 충북 0.57%로 전국 평균치(0.12%)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충북의 경우 최근 LG반도체가 현대에 합병되고 조폐창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가 회생불능 상태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오히려 위축

[대전]

예금은 늘었으나 금융시장이 오히려 위축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해 여름 정부대전청사에 정부기관이 입주하면서 은행 수신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수신고는 5조8천3백19억원으로6월말에 비해 20.1%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말 현재 여신규모는 4조9백82억원으로 6월말에 비해 오히려 10.9% 줄었다.

예금대비 대출 비율인 예대율이 지난해 10월말 현재 63.3%로 전국 평균 77.1%에 훨씬 못미쳤다. 예대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은행돈을 빌려 사업을 벌일 만한 여건이 못된다는 지역경제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전의 경우 전체 산업의 77.2%가 서비스산업(전국 평균치는 64.5%). 또 98년말 기준으로 전체 8만5천3백42개 사업체 가운데 87.7%가 종업원수 1∼4명인 영세 사업체다. 종업원 3백명 이상의 사업체는 84개로 전체의 0.1%에 불과할 정도로 산업구조가 취약하다.

게다가 이 지역 중견기업의 가동률도 갈수록 떨어져 지역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대전1, 2공단에 자리잡고 있는 동양강철. 알루미늄 제품 전문생산업체로 대전지역 최대의 제조업체로 꼽힌다. 97년말 까지만 해도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했으나 요즘은 가동률이 70%선으로 떨어졌다. 3교대 업무가 2교대로 끝나고 오후에는 생산라인을 쉬고 있다.

요즘 대전공단 입주업체의 전체 가동률도 72%로 97년말에 비해 15%포인트 떨어졌다.

공단관계자는 “69년 공단조성이후최대의위기”라고 말했다.

[충남]

충남은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나은 편. 지난해 8월부터 제조업체 가동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천안 아산 서산 등 충남 서북부지역에 있는 반도체 등 첨단업종의 활발한 생산활동이 지역경제에 어느정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중반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아산공장, 연기 천안지역의 수출업체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그러나 올해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초 한보철강 부도에 이어 기아자동차가 좌초하면서 충남지역에 밀집한 관련 협력업체가 잇따라 도산,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보’후유증 못벗어

특히 한보철강 공장이 있는 당진의 불황이 심각하다.

지난달 27일 오후 당진군청 재무과사무실. 전체 직원 23명 가운데 과장 계장 등 13명이 자리를 비워 사무실이 썰렁했다.

“정말 죽겠습니다. 돈이 있어야 무슨 사업을 하든가 말든가 하죠. 지금 직원들은 세금을 안낸 자동차의 번호판을 떼러 나갔습니다.”

한보철강 당진공장이 지금까지 체납한 지방세는 모두 5백30억원. 당진군의 올해 총예산의 30%를 차지하는 액수다.

[충북]

지방산업단지 중 전국에서 세번째 규모인 청주산업단지. 1백54개 입주업체가 도내 수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잘 나가는 기업이 많아 한때 불야성을 이뤘으나 요즘은 밤만 되면 적막하기 이를데 없다. ‘잔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공단 매출액은 97년 6조원을 고비로 내리막 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5조원에 그쳤다. 지난해 2만8천여명의 근로자 중 5천여명이 떠났다.

특히 충북에는 최근 각 분야의 구조조정 충격파가 밀어닥쳐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진단이다.

대기업 빅딜로 LG반도체가, 금융 구조조정으로 충북은행이, 정부기관 구조조정으로 옥천조폐창과 청주연초제조창 등이 간판을 내리게 된 것.

▼‘불야성 공단’옛말

이같은 구조조정 여파로 당장 지방세수가 1백억원 정도 줄어들고 4천∼5천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충북은 잎담배 생산량이 전국의 25%에 이르는데도 연초제조시설을 모두 폐쇄키로 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청주상공회의소 강태재(姜泰載)진흥부장은 “어차피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지만 통합 반도체회사의 주체가 된 현대전자가 별도 법인을 설립해 청주에 본사를 두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청주〓성하운·이기진·지명훈기자〉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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