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판검사만 30명에 이르고 전별금 떡값 휴가비 회식비 사건소개비 등 각종 명목의 금품수수가 드러났는데도 법조의 ‘윗물’판검사에 대해서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얼버무렸다는 비판이다. 시민단체 등은 ‘5백만원 이상의 사건소개비를 받은 검찰 일반직원을 구속한 것에 비하면 판검사들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처분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물론 검찰은 일반직원들은 사건소개의 대가로 돈을 받았으며 판검사가 받은 돈은 대가성이 없다고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또 검찰은 내부반발을 무릅쓰고 엄격하게 검사들을 옷벗기고 인사조처로 징벌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은 금품수수행위를 단죄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변호사와 판검사간의 금품수수는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있다는 비판과 감시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검찰은 대법원에 금품을 받은 판사 5명의 명단과 비리 혐의를 통보했지만 이들을 직접 조사하는 ‘개혁적 도전’은 아예 시도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의정부 이순호(李順浩)변호사 사건을 처리하면서 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수사권이 없으며 금고이상의 형을 받지않은 판사를 파면할 방법도 없다”고 자체 정화력의 한계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공을 법원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손을 떼고 말았다.
이번 사건의 와중에 심재륜(沈在淪)대구 고검장의 ‘항명파동’으로 불거진 권력과 검찰의 바람직한 관계, 검찰의 중립성 문제에 대해서도 우회하는 방식으로 매듭짓고 있다. 총장 사과문에서 “외부적 압력과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고 검찰 본연의 임무인 부정부패 척결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검찰 수뇌부는 ‘항명파동’이 제기한 본질적 과제보다는 이로 인한 검찰조직의 동요에 더 신경을 쓰는 인상이다. 이는 총장이 검찰가족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자포자기식 패배주의, 소모적인 논쟁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각고의 노력만이 암울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열쇠”라고 한데서도 읽혀진다.
검찰이 과거의 전별금 떡값 향응 등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 “오늘의 기준으로 정치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스스로에 대해서는 이중잣대를 가지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현실론을 내세울 때부터 개혁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과감한 수술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모험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검찰수뇌부가 ‘유예’와 미봉의 길을 걸었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검찰 스스로 짐과 과제를 풀어버리지 못하고 고스란히 안고 가게 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