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파동]『건의는 수용하되 항명은 절대 不容』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검찰 수뇌부의 퇴진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를 내건 사법 사상 초유의 검사 집단행동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2일 “‘건전한 건의’는 수용하되 ‘항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진화에 나섰다.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도 이날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사들은 수뇌부의 설득과 엄벌 방침에도 불구하고 제2의 집단행동 가능성을 비치고 있어 검찰 조직은 유례없는 혼란에 빠졌다.

검찰은 이날 3일로 예정됐던 ‘전국 지검 차장 및 평검사 회의’를 하루 앞당겨 긴급 소집해 일선 검사들의 여론 수렴과 검찰개혁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검사회의★

‘전국 지검 차장 및 평검사 회의’가 이날 오후 3시경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검찰청에서 열려 ‘국회 529호실 사건’ ‘정치인 사정’ 등 정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 등에 대해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평검사들은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치적 발언을 일삼아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으며 정치권의 풍향에 따라 수사방향이 흔들리는 등 국민이 검찰의 독립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행동★

검찰은 1일부터 서울 부산 인천지검 등 전국 각지에서 평검사들이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작성하거나 연대 서명을 받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가자 간부진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서울지검에서는 검찰 수뇌부의 퇴진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건의서에 평검사 1백8명중 40여명이 서명하자 박순용(朴舜用)지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다.

부산지검 평검사들은 1일 간부들의 제지로 집단행동이 무산되자 2일 오전 기습적으로 △김총장 퇴진 △정치검사 퇴출 △검찰개혁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회람해 평검사 전원의 서명을 받았다.이들은 ‘전국 지검 차장 및 평검사회의’에 이 성명서를 제출했다.

성명서는 “위기 상황에 총장이 책임을 지고 용퇴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국민이 납득할 것이다”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항명사태는 표현방식에 있어 문제는 있지만 그 내용은 귀담아 새겨야 할 것들이 많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대응★

검찰 수뇌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인사개혁’ 등 평검사의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되 검찰총장의 사퇴요구 등 ‘항명’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총장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평검사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건전한 건의는 수용하겠지만 억지주장이나 항명, 몇몇 검사의 돌출행동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겠다”면서 “검사들이 집단행동을 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행위는 문제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준우기자·부산〓석동빈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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