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흥수 부장판사,「사법개혁 촉구의 글」통신망 게재

  • 입력 1999년 2월 6일 09시 15분


현직 부장판사가 판사와 변호사의 구조적인 유착 가능성 및 ‘소신재판’을 할 수 없는 법원 인사구조같은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해 사법부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비판은 최근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 사건과 평검사들이 검찰개혁을 촉구한 ‘검찰파동’에 이어 법원쪽에서 터져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법조계 전반에 심대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문흥수(文興洙·42)부장판사는 5일 법관 전용 통신망에 띄운 ‘진정한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사법부가 국민이 바라는 만큼 독립적이고 공정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현행 사법제도를 개혁할 것을 촉구했다.

문판사는 “언젠가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될 판사들에게 변호사로부터 완전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치 조만간 돌아가실 노인에게 누울 자리를 염두에 두지 말고 살라고 하는 것과 같다”면서 “법원이 마치 거물 변호사 양성소처럼 돼있다”고 개탄했다.

문판사는 동료 판사들에게 “연수원을 갓 마친 변호사가 선임된 경우와 선배 법관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경우에 동일한 자세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느냐”고 묻고 “인사권자와 친한 선배 변호사의 눈치를 보지않고 재판을 한다면 그것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리석은 재판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판사는 또 법관 재임명제도와 승진제도가 판사들의 소신재판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문판사는 “승진제도가 있는 한 법관들이 인사권자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며 “10년에 한번씩 판사들을 재임명하는 제도는 대법원장에 의한 법관 파면제도”라고 비판했다.

문판사는 이어 “법관의 보수도 현실화돼야 한다”면서 “선진국에서 법관의 보수를 특별대우하고 있는 것은 법관의 경제적 독립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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