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스터]「지역통화 공동체」구축 잇따라

  • 입력 1999년 2월 7일 19시 29분


이탈리아에 유학한 그래픽디자이너 이모씨(28·여·서울 송파구 잠실동). 최근 ‘지역통화제(地域通貨制)’회원이 됐다. 이곳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탈리아어나 미술을 가르치는 대신 판소리나 대금을 배울 계획.

피아노조율사인 김창헌씨(44·서울 은평구 신사동). 보통 피아노조율비는 5만원. 그러나 김씨는 조율해주고 현금 2만5천원을 받고 나머지 2만5천원은 ‘지역통화’로 남겨 둔다. 시간이 나면 이 ‘돈’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서비스를 받을 예정.

지역통화제를 통해 기술이나 물품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각종 민간단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연대감 강화를 위해 지역통화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역통화제란?〓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를 번역한 용어. 지역통화란 특정지역에서 회원간에 통용되는 ‘가상의 화폐’. 따라서 지역통화제는 회원간에 돈이 없이도 서비스나 물품을 교환하는 제도. 먼저 지역통화의 가치를 시중화폐의 가치와 동일하게 상정해 놓고 잔액이 0인 계좌를 개설한다. 집에서 김치를 담가 다른 회원에게 제공하면 자신의 계좌가 플러스(+)가 되며 제3의 회원에게 아이돌보기 등 서비스를 받으면 마이너스(―)가 된다. 지역통화와 시중화폐를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데 거래내역을 운영체에 알린다.

물물교환은 물론 서비스와 서비스의 교환, 물건과 서비스를 맞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운영체 현황〓‘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미내사·02―747―2261)이 지난해 3월 국내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10여개 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인천정보통신센터(032―868―8566)는 회원이 9백여명으로 국내 최대. 대부분 지역통화의 이름은 ‘FM(Future Money·미래통화).

민들레교육상생체(02―322―1603)는 성격과 이름을 ‘교육통화’로 정했고 녹색연합의 작아장터(02―744―9074)는 환경관련 서비스와 물품을 주로 취급. 서울 서초구와 대구 중구 등 10여개 각종 단체에서 운영을 준비중.

▽전망〓운영체들은 아직 수요보다 공급이 많고 거래할 사람들 상호간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거래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많은 지역에 도입되고 회원이 늘면 해결될 것으로 미내사 이원규 사무국장(36)은 분석. 그는 “각자 지식이나 기술, 물품을 썩히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란 의식이 확산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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