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김상훈/『소망이 좀 살려주세요』

  • 입력 1999년 2월 7일 20시 01분


장애아동 수용시설인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소망의 집’ 박현숙(朴賢淑·38·여)원장은 요즘 밤잠을 못이룬다. 생후 2개월도 안된 소망이 때문이다. ‘뇌수종’으로 죽어가고 있지만 수술비가 없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자니 애가 탄다. 박원장이 소망이를 발견한 것은 지난달 17일 아침.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뛰어나가 포대기에 싸인 신생아를 안고 들어왔다. 남자아이였다. 포대기 안에는 ‘미안합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놓고 갑니다. 잘 키워주십시오’라는 쪽지가 있었다.

박원장은 절대 소망을 버리지 말고 잘자라라는 의미로 소망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얼굴이 작은 편인 소망이의 뒷머리가 유별나게 큰 것이 아무래도 이상해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머리에 물이 들어차는 뇌수종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청천벽력이었다. 박원장은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1천만원에 가까운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소망의 집’은 비인가 복지시설인 탓에 평소 후원자도 별로 없었다.

“남편의 도움과 제가 운영하는 노점상 수입으로 우리 ‘소망의 집’식구 28명이 겨우 살아가고 있는데….”

아이를 버린 부모를 탓할 여유도 없다. 박원장은 요즘 애타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제발 우리 소망이 좀 살려주십시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망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박원장을 쳐다보며 웃고 있다.02―406―4971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