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순영회장 영장…외화밀반출-사기 혐의

  • 입력 1999년 2월 11일 19시 26분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박상길·朴相吉)는 11일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에 대해 사기대출 및 외화 밀반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대중(金大中)정부에서 재벌총수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는 최회장 개인비리에 대한 수사이며 본격적으로 재벌사정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지법은 최회장에 대해 11일 오후5시부터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최회장은 96년 5월 바하마공화국에 유령회사 ‘스티브영’을 설립해 그룹 계열 무역회사인 ㈜신아원(현 SDA)이 이 회사에서 석유정제시설을 수입해 독립국가연합(CIS)내 사하(SAKHA)공화국 골드스팩사(社)에 수출하는 것처럼 가짜 수출입 계약서를 꾸며 조흥은행 등 4개 은행으로부터 수출환어음 매입대금조로 1억8천5백70여만달러를 대출받은 혐의다.

최회장은 이중 1억6천5백90여만달러를 바하마공화국 체이스맨해튼은행 지점 등에 개설된 스티브영 명의의 계좌로 송금해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최회장이 ㈜피앤텍 공동대표 이성용(李成鏞·35) 홍권표(洪權杓·36)씨가 허위무역 수법으로 은행에서 1천15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사건에도 개입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해 6월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7년과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최회장이 ㈜신아원의 김종은(金鍾殷·46·구속중)전사장과 재미교포인 고충흡 스티브 영 사장과 공모해 이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신동아건설 등 그룹 계열사가 ㈜신아원에 1천억원을 신규 출자하도록 해 ㈜피앤텍의 은행 빚 1천여억원을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회장이 두 아들을 신동아건설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2년간 3억여원의 봉급을 지급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회장이 전용 여객기와 해외 호화별장을 구입한 혐의와 스위스은행(SBC)에 비밀계좌를 개설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최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돈을 전액 회수했다고 주장하지만 상당한 금액이 해외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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