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간 공보관을 거쳐 예보관이라는 진짜 기상장이가 된지 1개월이 됐다. 공보 업무가 예보 업무와 직결돼 있어 실상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예보관이 되고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외롭고 힘든 직업임을 깨닫게 됐다.
기상청은 업무 특성상 3백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일한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대기의 흐름을 알아내기 위한 관측과 분석,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날씨 호름을 1일 5회 수정해 주는 ‘일기예보’, 2∼3시간내 발생해 소멸하는 악기상이나 황사 안개 등의 발생 가능성을 알려주는 ‘기상정보’, 이미 예보된 기상 상태가 위험수위를 넘어 재난이 우려될 때 발표하는 ‘주의보’와 ‘경보’. 이 모든 집약된 예보를 위해 철저한 객관성과 독립성을 갖고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예보관들은 5명이 5교대로 근무한다. 3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10시간의 야근을 하면서 남들이 잠든 시간에 깨어 고독한 ‘의사결정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런 교대 근무와 정신적 부담대문에 건강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야근 후 환한 대낮에 커튼치고 전화선 빼놓고 하루 종일 잠자기, 야근시 오후에 잠자고 출근하기 등 좋은 예보를 위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예보관의 철칙이다. 게다가 주위사람들이 낮에 집에 있고 아침에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눈빛을 보낼 땐 실소를 머금게 된다. 하지만 악조건속에도 예보관들은 기상을 천직으로 알고 사명감과 보람에 산다.
한가지 바람은 기상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으면하는것. 일기 예보는100% 맞아야 한다는게 사람들의 고정관념. 예보가 적중하면 당연하고, 아니면 ‘죽일 놈’이 된다. 기상은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사건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현상으로 미지의 자연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기후 연구와 악기상 예측에 수백억달러의 예산을 매년 투자한 결과 현재 국지적 홍수와 같은 예보의 선행시간을 40분 정도로 단축해 놓았다. 따라서 비난만 하기보다 인간이 만든 지구 온난화로 더욱 다양해질 21세기의 기상이변을 대비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기상정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지난달 28일 서울 경기 지역의 기습폭설에 대해 정확한 예보를 하지 못해 기상청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책임은 피하고 싶지 않지만 가슴은 아팠다. 당연히 그것은 기상청의 몫이고 예보관들은 정말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일기도에서 아무런 증후없이 서해상에서 발달해 찾아온 불청객을 어떻게 포착할 수 있을까. 서해상의 관측공백을 국가적 차원에서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 예보관들은 개선된 근무환경과 다양한 자료를 갖고 후회없는 예보를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가끔 우스운 생각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 기상현상이 일어났을 때 예보관의 한 사람으로 이렇게 기원하고 싶다. “자연이시여, 다음에는 조금 더 천기 누설을 해 주십시오.”
조주영<기상청 예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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