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관행 등을 볼 때 과연 30만원이나 50만원권 상품권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물건값이 비싸 10만원권 상품권으로 부족하다면 현금 수표 신용카드 등 대체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고액권을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고액의 선물을 하거나 뇌물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1백만원 짜리 상품을 구입한다면 10만원권 상품권 10장을 쓰면 되는데 굳이 이를 한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고액상품권은 뇌물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고액상품권은 국민정서와도 상충된다. 한번에 30만원 이상의 선물을 주는 것이 우리 정서에 맞는지 생각해 보자. 부유한 사람들이야 30만원, 50만원이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서민들에게는 큰 돈이다. IMF 관리체제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 고액 상품권은 빈부격차를 극명하게 부각시켜 사회통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또 적당한 소비는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고액 상품권은 과소비를 부추길 것이 분명하다.
끝으로 정부의 소비자보호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상품권법이 폐지됨에 따라 상품권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품권법에 명시됐던 반환의무나 공탁금제도 자체가 없어져 소비자는 상품권을 발행하는 회사별로 정한 약관에 따를 수밖에 없어 소비자권리가약화된셈이다.
공탁금 제도가 있으면 상품권 발행회사가 부도날 경우 피해액의 50%까지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것도 불분명해졌다. 소비자 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앞선 느낌이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액 상품권을 발행하려면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송보경<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