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회장 구속]『사법처리 급선회 배경 뭘까』관심

  • 입력 1999년 2월 12일 07시 26분


검찰이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을 전격 구속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으나 신동아그룹의 외자유치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한때 사실상 수사를 중단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당시 신동아그룹 주력사인 대한생명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보험회사와 외자유치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신동아측은 10억달러 규모의 외자도입 협상이 깨질 수 있다며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신동아그룹의 외자도입 협상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난해 6월 미국 방문 주요 성과로 거론된 것도 검찰에 큰 부담을 줬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경제회생을 위해 외자유치가 절박한 상황에서 검찰수사로 협상이 결렬됐다는 비난을 들을 수 없다”고 수사유보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출국금지된 최회장이 협상을 위해 출국하는 것을 수차례 허용하는 등 ‘배려’를 했다. 검찰은 외자유치에 성공하면 최회장을 불구속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전격적으로 이같은 논리를 뒤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신동아측이 지난달까지 외자유치 계약을 할수 있다고 공언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어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고 최회장 구속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신동아측이 최회장의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외자유치 협상을 질질 끌고 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지난해와는 달리 외환사정이 나아져 10억달러의 외화유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검찰이 칼을 뽑게 된 주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신동아측은 메트로폴리탄 측의 무리한 지분요구로 외자유치 협상이 잠시 중단됐다가 이달에 재개돼 곧 가계약을 하기로 한 사실을 거론하며 검찰을 원망하는 눈치다.

검찰이 재계의 비난 가능성을 무릅쓰고 최회장을 전격 구속한 것은 최근 터진 ‘검찰파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검찰주변에선 신동아측이 거물급 인사를 동원, 온갖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최회장과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과의 친분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여론이 악화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다시 수사에 착수했으나 “최회장은 이미 면죄부를 받았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검찰파동’의 한가지 원인이 됐다.

평검사들이 연판장까지 돌리며 “검찰 수뇌부가 정치인 재벌 수사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하자 검찰 수뇌부는 최회장을 구속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검찰이 ‘재벌총수는 정치적 사건이 아니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재계의 불문율을 깬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회장 사법처리가 검찰의 달라진 모습인지, 아니면 위기에 몰린 검찰 수뇌부의 난국 타개용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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